방 안에서 장난감을 갖고 놀고 책읽으며 혼자 시간을 보내길 좋아하던 한 초등학교 3학년에게 어느 날 프로야구 팀의 멋진 유니폼이 눈에 들어오고 이후 주차장에서 테니스공을 가지고 동네 야구를 하면서 야구라는 스포츠와 사랑에 빠졌다.
운동장 3바퀴도 헐떡거리면서 뛰던, 내성적이고 나약한 체력의 뚱뚱한 한 소년이 야구선수가 되겠다고 선언했을 때 부모님은 물론이고 초등학교 담임선생님, 전문 태권도 선수 경력이 있었던 아버지 의류 공장의 어른도 나에게 '무리'라고 했다. 혈서라는게 뭔지도 잘 모르는 초등학생은 혈서를 쓰겠다며, 단식하겠다며 강하게 의사를 나타냈고 자식이길 것 같았던 부모님도 결국 승낙해서 초등학교 5학년 가을 야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며 약 5년 간의 짧다면 짧은 아마추어 야구선수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흰 색 바탕에 검정 스트라이프로 디자인된 서울팀의 LG트윈스 유니폼과 이를 입고 뛰는 선수들이 너무 멋있게 보였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하는 '야구'가 좋았다. 물론 야구선수라고 매일 야구 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훈련 첫날부터 뼈저리게 경험했지만 그래도 불가능에서 가능으로, 꿈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한국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었다.
중학교 1학년에 진학했고 그 무렵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거로서 LA 다저스에서 승전보를 전해주기 시작했다.
처음엔 동네야구와 다를 거 없어보였던 미국선수들의 타격 폼, 수비 폼 등이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점차 그들의 수준높은 야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꿈이 바뀌었다. 한국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것에서 메이저리거가 되는 것으로.
이후 김병현 선수들을 포함해서 서재응, 최희섭, 김선우, 조진호 등등의 투타 부문에서 여러 한국선수들이 마이너리그의 긴 터널을 뚫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 무렵 야구부의 한 코치님이 각 선수들마다 꿈이 뭐냐고 물었다. 아마도 동기부여를 위한 질문인것 같았다. 그 때 나는 연봉 500만 달러를 받는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 자리의 많은 야구부 동기들과 후배들이 터무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에게는 그런 꿈이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달려갈 수 있던 그 시간이 좋았고 그 꿈을 가지게 만들어준 박찬호, 김병현 등등의 미지의 세계에 발을 내딛고 도전했던, 선구자적인 선수들을 선망했다.
그 시점엔 한국야구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아니 한국에 프로야구 팀이 있는지도 모르는 미국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을 신문기사를 통해, 뉴스 현지 인터뷰 등을 통해 보았는데 올림픽, WBC 등을 통해서 이제는 한국야구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것같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개인적인 시각에서) 한국야구의 확장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는 것같아 아쉬움이 있다.
물론 기존보다는 KBO 총재로 허구연씨가 추대된 이후 인프라, KBO리그의 흥행 등의 측면에서 상당한 발전이 되었다. 중요한 부분은 KBO가 내수시장으로서만 국한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MLB, NBA가 수준 높은 리그로 설 수 있었던 여러 이유 중의 하나로 개인적으로는 '세계화' 큰 요소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미국 국내로서는 NFL이 MLB, NBA 리그를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한다고 한다. 그러나 NFL이 MLB나 NBA만큼 세계인의 사랑을 받지는 못한다. 이것은 결국 확장성이라고 생각한다.
500만 달러 연봉을 받는 메이저리거, 아니 그보다 지명받지 못하더라도 미국 마이너리그 팀에 찾아가서 테스트라도 받겠다는 생각을 했던 중학생은 IMF의 충격이 대한민국을 덮치던 시기에 부상과 부모님의 사업의 어려움으로 그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2025년 지금 나이 마흔을 넘긴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인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야구를 좋아하는 한 팬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단일 시즌 천만관중을 돌파하는 리그가 있는 대한민국의 야구가 더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는 한 사람으로 서있다.
누구나 '무리'라고, '불가능'이라고 얘기하던 것을 내가 뒤집을 수 있다고 노력을 통해서 운동장에서 증명할 수 있던 시간이 있었지만, 그래서 행복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무리'라고, '불가능'이라고,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얘기하는 것에 내 자신의 의견을 '증명'할 수 있는 능력은 없어 아쉽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얘기를 해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도 그 자체가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몇 가지 생각을 나눌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