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도 약간의 휴직기간을 가진 후 다시 대만으로 돌아와 일을 시작했다. 복귀 이후에도 역시 바쁜 일상이 계속 되었다. 그러나 변수가 생겼는데 그것은 우한폐렴(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이다.
본래 1개월에 한번씩 대만과 한국을 왕래하면서 가족들을 만나러 가려고 계획했었다. 그러나 2019년 1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대만-한국 간의 왕래가 사실상 힘들어졌다.(대만입국시 14일 격리, 한국입국시 14일 격리로 약 1개월을 자가격리로 보내야 한다.)
역 기러기 아빠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같다. 물론 몸은 편하지만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 아쉬운 일이다. 그리고 느껴지는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교회.집사님들과 식사 후 대화를 나누던 중 어느 분께서 나에게 혼자 지내는 생활이 어렵지않으냐고 물어봐주셨다. 최근에 회사일로 머리가 아프고 우울감이 찾아오긴 했다. 근데 혼자 지내는 게 처음에 걱정했던 것 만큼 우울감이 심하지는 않았던 것같다.
사람에 대한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꽤 괜찮은 것같다.내성적 성향이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미안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남편으로서 그리고 아빠로서 가족들 곁에 자리하지 못하는 미안함이 크게 다가온다.그리고 우울감이 찾아올 때 그 미안함과 역할을 자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꽤 크게 느껴진다.
내 편이 곁에 없다는 것, 떨어져 있다는 것이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부분인 것 같다.
이 글 을 쓰고 있는 날은 5/17. 덥고 습한 전형적인 대만 날씨이다. 맑다가도 갑자기 먹구름이 끼더니장대비가 내리고 또 금새 먹구름이 걷히기도 한다.
장대비가 잠시 쏟아지고 난 후의 하늘이다. 파란 하늘과 먹은 먹구름이 극과 극의 대비를 이룬다.비가 안오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금새 하늘이 어둑해지고 비가 오는가 하면 금새먹구름이 지나갔나 싶었는데 다시 먹구름이 몰려오기도 한다.
팀장으로서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갑자기 어려움이 찾아오기도 하고 어려움이 해소되었나 싶었는데 또 다른 어려움의 파도가 다가오기도 한다. 같은 동양권이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다르게 느껴지는 문화, 그리고 외국인으로서의 차이, 언어의 어려움, 의사소통의 한계로 발생하는 오해와 스트레스는 계속 밀려오는 파도와 같다. 그리고 하나고 같은 파도는 없듯이 어려움도 항상 다르게 찾아온다. 그럴 때, 내가 왜 여기에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거창한 목표나 미션이 있지 않더라도 그 자신으로부터의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하게 떨어지지 않을 때 마음이 어려워진다. 나의 경우는 지금의 내가 그렇다고 생각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상황적으로, 교회 설교를 통해서 나에게 메시지가 전달되어지고 있다고 느껴져 그에 따르려고 하고 있다. 뭐.. 정답이어서, 정답이라고 알고 있어서 그 길을 가는 것만은 아닌 것같다. 흔들릴 때가 있다.그 때에 어떠한 모양이든 지원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